나는 현재 캐나다 워홀 중이다. 캐나다에 온 지는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벌 - 써? ㅇㅇ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루를 24시간처럼 부지런히 보내지 않으면 한국에서든 캐나다에서든 시간은 비효율적이게 빨리 지나간다.
포틀랜드나 샌디에이고에서의 나의 고작 한 달~ 두 달, 세 달도 안 되는 시간들을 보낼 때 한 달이 마치 세 달 같았다. 한 달 만에 입이 많이 트였었고 귀도 거의 트이려던 참에 한국에 귀국해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와 지금 캐나다에서의 한 달이라는 같은 기간이지만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알 것 같다. 미국에서는 무조건 미국인 홈스테이를 하면서 집에서부터 영어를 꼭 써야 하는 환경을 만들었고 Kaplan이라는 랭귀지 스쿨을 다녔었다. 하루 온종일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필사적으로 영어를 해야 했기에 내 생각은 온통 영어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캐나다 삶은 반 이상이 한국어를 쓰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니 영어보단 한국어가 머릿속을 대부분 채우고 있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워홀이 아니었다. 나는 오지잡도 꿈꾸었으며 유창하게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나를 상상해 왔다.
아무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나는 아직 구직 중에 있으며 제대로 된 구직을 하기 전에 잠시 알바를 하고 있는데 일을 배우고 일을 한 지 6일째? 다.
캐나다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보단 일할 사람을 뽑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training 기간을 거친다. 이 training기간에는 일을 배우면서 시급을 받지만 Tip은 제하는 편이다. 그렇게 나도 No Tip으로 일했던 기간을 지나 이제 막 Tip을 받아 일을 한 지 7일도 안됐지만 일터는 그런 나한테서 많은 것을 요구하는 알바.
조금의 실수도 용납해주지 않는다. 내게 아직 일이 익숙지 않아 놓치는 게 많고 어벙 더벙 요령 없이 일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여기의 기존 이모들은 서툰 신입멤버들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지 않는다. 세상은 쉽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지만 너무 하지 않나 싶다.
그렇게 나는 오늘 화장실에서 정말 서럽게 꺼이꺼이 꽤 오랫동안 울었는데.. 한 번의 서러움은 아니었던 것 같고 오늘 서러움이 두 번 누적되어 터져 버렸던 것 같다.
나는 왜 울었는가?
허둥지둥 무엇을 하려는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아직 또렷이 요령껏 무엇을 해내야 할지 아는데 서툴다. 어떤 포지션에서 무엇을 일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며 뭘 해야 할지 두리번거리며 움직이는데 한 이모가 '너 그렇게 빈 둥되면 안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너무 상처였다. 노력하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진 못한 채 순간 허둥대던 찰나를 빈둥거린다고 생각하고 그러지 말라고 야단을 치니 순간의 나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빈둥대면 안 된다는 야단은 나의 뇌리에 쉽게 똬리를 틀어버렸다. 대충 빈둥 되다가 퇴근해야겠다는 일말의 마음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던 나에겐 너무 억울한 순간이었고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에 기분은 아주 침울해졌다. 이렇게 겨우 한 번의 고비를 삼켜고 머지않아 2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나는 아직 초보라 손님들의 주문을 받지 못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다른 노련한 서버들에게 주문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던 내게 손님은 술 하나 더 갖다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간단한 주문이었기 때문에 난 다른 서버에게 포스기에 술 하나 주문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곤 그 서버도 나도 더 이상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게 큰 실수였다. 내가 주문을 받았으니 손님에게 술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겠지만 아직도 일에 서투르고 정신없는 나는 손님으로부터 술을 왜 안 갖다주냐는 항의와 난리가 난 끝에야 내가 가져다주어야 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가게릉 총괄하는 이모는 내게 왜 주문을 받았고 다른 서버에게 왜 술을 포스기에 찍어달라고 했냐며 몰아붙여 물어오는 이모의 압박물음에 나의 서러움은 폭발했다.
벼랑 끝까지 날 몰아넣는 이모의 압박에 못 이겨 서러운 감정과 울음이 터졌고 이 상태로는 서빙할 수 없어 급히 화장실에서 울기시작했다. 울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어깨를 들썩이고 숨을 껄떡이며 계속 울었다. 내가 우는 동안 화장실에 손님이 들어왔지만 나는 온데간데 우는데 정신이 없었다. 손님은 울고 있는 나와 같은 공간에서 볼일을 봐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민망했을지 상상이 간다. 울고 있는 나의 귀에 부르르륵쀼류룱 하는 설사똥 싸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아프셨던 모양인데 부끄러워도 설사의 방출을 어찌 참겠는가.
당시 서럽게 울었던 나였지만 지금은 친구한테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웃긴 일화가 되었다. 친구에게 나는 일하는 중에 서러워서 화장실에서 울었는데 내가 우는 동안 손님이 화장실에 들어왔고 설사를 싸더라 하는 말을 '손님 설사똥 싸는 비트에 맞춰서 울었다'라고 고백했다. 내가 말하고도 웃겼다. 한 술 더 뜨는 친구 ㅋㅋ'비트 주세요!'ㅋㅋㅋㅋㅋㅋ 뇌절까지 개그 치는 나와 내 친구ㅋㅋ 제주에서 얻은 소중한 친구다. 같은 년도에 하루차이로 태어나 25년을 살다가 26년째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우리는 처음 알게 된 이래로 너무 잘 지내고 있다. 그땐 이렇게까지 우리가 친해질 거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원하지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못했다. 어쩌다 보니 마음이 맞고 생각이 통하니 자연스레 얻어진 인연에 신기함과 감사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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